판소리 <춘향가>의 핵심 정서, 사랑가 심층 분석: 다채로운 사랑의 표현과 그 의미

판소리 <춘향가(春香歌)>는 신분을 초월한 춘향과 이몽룡의 굳건한 사랑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 걸작입니다. 그중에서도 ‘사랑가’는 두 주인공의 애틋하고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핵심적인 눈대목으로, <춘향가>의 가장 오래되고 인기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남녀 간의 연정을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의 예술적 가치를 드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본고에서는 국립민속문학사전의 상세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랑가>의 정의, 개관, 내용, 특징 및 의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전문가 수준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1. 사랑가의 정의 및 개관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주인공인 춘향과 이몽룡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노래한 대목을 의미합니다. 이 대목은 두 남녀의 사랑을 다양한 측면에서 다채롭게 표현하며, <춘향가>의 핵심적인 정서를 형성합니다. <사랑가>는 예로부터 많은 청중에게 사랑받아 왔으며, 다양한 창자들에 의해 발전하고 변모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2. 사랑가의 계보와 변천

<사랑가>는 송광록의 더늠으로 알려진 <긴(느린)사랑가>와 고수관의 더늠으로 알려진 <자진(빠른)사랑가>를 그 원형으로 삼아 발전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 기본형에 다양한 장단과 내용의 노래들이 첨가되고 확장되면서 현재는 10여 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사랑가>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특히 남녀 간의 육체적인 사랑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많아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근대 극장 공연에서는 선정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설에서 지나치게 노골적인 성적 표현은 순화되고, 한문투나 비유적인 표현 위주로 변형되어 전승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음악적으로는 느린 곡조로 시작하여 빠른 곡조로 끝나는 전통 음악의 일반적인 구성을 따르는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창극 공연을 위해 춘향과 이몽룡이 함께 춤을 추며 부르기 좋도록 새롭게 창작된 <신작 사랑가>도 존재합니다.

3. 사랑가의 내용 분석

<사랑가>는 <춘향가> 전체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은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당시 사회의 신분적 제약이라는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판소리 관련 문헌인 「만화본춘향가(晩華本春香歌)」에도 <사랑가>와 유사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랑가>는 <춘향가>가 형성되던 초기부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전해지는 더늠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고수관의 <사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수관의 <사랑가>는 <자진사랑가>로, ‘가는 태도·오는 태도·걷는 태도·웃는 태도를 보자’고 하며 상대방의 모습을 감상하는 내용의 ‘태도 보기 노래’ 다음에 수박, 개살구, 포도, 능금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권하며 먹겠느냐고 묻는 ‘먹을거리 권하는 노래’로 이어지며, 중중모리장단으로 불립니다. 송광록은 <긴사랑가>를 창작했는데, “만첩청산······”으로 시작하는 ‘춘향 어르는 노래’ 다음에 ‘태도 보기 노래’가 등장하며, 현재 이 부분은 대부분 진양조로 불립니다. 현재 전승되는 <사랑가>는 이 두 가지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다채롭게 발전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전승되는 <사랑가>는 박동진 창본에서는 두 대목, 김연수 창본에서는 여섯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용되는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중모리, 자진모리 등 다양합니다. <사랑가>는 여러 개의 작은 노래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창본마다 포함된 내용과 순서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랑가>에 포함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춘향 어르는 노래 (만첩청산): 이몽룡이 춘향과 사랑에 겨워 장난치는 모습을 자연물에 비유하여 표현한 노래입니다. 범과 암캐, 봉황과 죽실, 학과 난초 등의 비유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 태도 보기 노래: 춘향에게 이리저리 걷게 하거나 웃게 하며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는 이몽룡의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 생전사랑 (삼오신정): 정정렬바디와 김연수바디에만 있는 내용으로,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고 깊으며 삼생의 인연으로 맺어진 필연적인 사랑임을 강조합니다.
• 사후기약: 죽어서까지 영원히 변치 않을 두 사람의 사랑을 글자, 꽃과 나비, 인경과 인경 망치 등의 비유를 통해 낭만적으로 표현합니다.
• 먹을거리 권하는 노래: 이몽룡이 사랑에 빠져 수박, 참외, 살구, 능금, 앵두, 포도 등을 춘향에게 권하고, 춘향은 때로는 거절하며 밀고 당기는 연애의 과정을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 금옥사설: 이몽룡이 춘향의 아름다움을 금이나 옥에 비유하며 감탄하고, 춘향은 이를 부정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을 그린 노래입니다. 광한루에서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 이몽룡이 방자에게 묻는 장면과 유사한 내용입니다.
• 정(情) 자 노래, 애(愛) 자 노래, 호(好) 자 노래: ‘정’, ‘애’, ‘호’ 자로 끝나는 다양한 글귀를 나열하며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 궁(宮) 자 노래: ‘궁’ 자로 끝나는 단어들을 나열하여 남녀 간의 성적인 행위를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노래입니다. ‘정, 애, 호 자 노래’와 함께 업고 놀면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삼강오륜 노래: 김연수바디에만 있는 내용으로, 이몽룡이 춘향을 딸이라고 부르자 춘향이 삼강오륜을 잊었느냐고 묻고, 이몽룡은 삼강오륜을 엉뚱하게 해석하며 익살스럽게 넘어가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 옷 벗기기 노래: 이몽룡이 춘향의 옷을 벗기려 하고 춘향은 이를 거부하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노래입니다.
• 업고 노는 노래: 이몽룡이 춘향을 업고 놀거나, 춘향이 이몽룡을 업고 노는 모습을 노래하며, 서로를 업은 기쁨을 다양한 상황에 비유하거나 ‘정, 애, 호 자 노래’와 함께 부르기도 합니다.
• 맷돌노래: 남녀의 성행위를 맷돌이 돌아가는 모습에 빗대어 은밀하게 표현한 노래입니다.
• 타고 노는 노래: 남녀의 성행위를 다양한 인물이 여러 가지 사물을 타고 노는 모습에 비유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노래입니다.
• 말롱질 노래: 춘향과 이몽룡이 말의 교미를 흉내 내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노래입니다.

4. 사랑가의 다양한 창본 비교

<사랑가>는 창본에 따라 그 구성과 내용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장자백 창본은 진양조, 중중모리, 중모리 등 다양한 장단으로 이루어진 여덟 대목으로 가장 다채로운 구성을 자랑합니다. 반면 박동진 창본은 진양조와 중중모리 두 대목으로 이루어져 가장 간결합니다. 박봉술 창본은 일곱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 대목을 제외하고는 짧은 단일 곡조로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정정렬바디와 김여란 창본은 네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성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는 네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대목에 여러 내용을 담아 비교적 길게 노래하며, 느린 곡조로 시작하여 빠른 곡조로 끝나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김연수바디 춘향가의 <사랑가>는 여섯 대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옷 벗기기 노래’가 첫날밤에 나오고 <사랑가>는 그 이후에 불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5. 사랑가의 특징 및 의의

<사랑가>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의의를 지닙니다.

• 다채로운 구성과 표현: 다양한 장단과 내용으로 이루어진 <사랑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각적이고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같은 장단으로 이루어진 각 대목조차 여러 개의 작은 노래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창자마다 개성적인 해석과 표현이 가능합니다.
• 구전 과정에서의 창조적 재구성: <사랑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면서 수많은 창자들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고 재창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구전 과정 속에서 다양한 변이형태가 나타나며 판소리의 역동성을 보여줍니다.
• 기생 문화의 영향: <사랑가>에 나타나는 다양한 성희(性戱)는 조선시대 교방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기생 놀이의 요소가 광대를 통해 <춘향가>에 유입되었으며, <사랑가> 속 춘향의 모습에는 기생의 역할과 이미지가 반영되어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 이상적인 사랑의 구현: <사랑가>는 단순한 남녀 간의 애정을 넘어, 필연적이고 아름답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합니다. 죽음 이후까지 이어지거나, 자연물이나 사물로 환생하여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합니다.
•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감정의 표출: <사랑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사랑, 그중에서도 뜨거운 육체적 교감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표현하여 오랫동안 청중들의 공감을 얻고 사랑받아 왔습니다.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는 춘향과 이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채로운 음악적 형식과 풍부한 내용으로 담아낸 핵심적인 눈대목입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왔지만,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사랑가>는 <춘향가>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판소리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