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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심청가(沈淸歌)>는 심봉사와 그의 딸 심청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서사극으로, 그중에서도 ‘심청효성(沈淸孝誠)’ 대목은 어린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를 향한 지극한 효심을 발휘하여 스스로 밥을 빌어 봉양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여섯,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맹인 아버지를 위해 험난한 세상 속으로 나서는 심청의 헌신적인 모습은 <심청가> 전체의 주제인 효(孝)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이자,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과 연민을 자아내는 핵심 대목입니다. 본고에서는 국립민속문학사전의 상세한 자료를 바탕으로 <심청효성> 대목의 정의, 개관, 내용, 특징 및 의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전문가 수준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1. 심청효성의 정의 및 개관

<심청효성> 대목은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 어린 심청이 육칠 세가 되자 앞 못 보는 아버지 심봉사를 대신하여 밥을 빌러 다니며 극진히 봉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어린 심청의 가련한 처지와 아버지에 대한 숭고한 효심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추운 날 밥을 빌러 나간 딸을 걱정하는 심봉사의 애끓는 마음을 함께 그려냅니다. 주로 계면조로 불리는 이 대목은 심청의 효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가난한 부녀의 고된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어 <심청가> 전체의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2. 심청효성의 내용 분석

<심청효성> 대목은 어린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에게 효자의 도리를 들어 자신이 밥을 빌러 나가겠다고 간청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심청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앞 못 보는 아버지를 걱정하며 스스로 나서서 어려운 일을 감당하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심청은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 아버지께 정성껏 공양하고, 힘든 세월을 묵묵히 견뎌냅니다. 이 과정에서 심청이 겪는 어려움과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그려집니다. 추운 날씨에도 어린 딸이 밥을 빌러 나간 것을 걱정하는 심봉사는 돌아온 심청을 애달프게 여기며 탄식하고, 이 장면은 부녀의 고된 삶과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을 보여줍니다.

3. 심청효성의 창본별 특징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따르면, <심청효성> 대목은 서편제의 명창 최승학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라북도 나시포 출신인 최승학은 동편제의 거장 박만순과 동서지간이며, 서편제의 대가 이날치의 후배로, <심청가>를 특히 잘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더늠인 <심청효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 즉 효를 강조하며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대신해 밥을 빌어오겠다는 심청의 간절한 요청과, 그 후 아버지께 헌신적으로 봉양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대부분의 창본에서도 심청이 성장하여 스스로 동냥을 자청하고 아버지를 설득하여 동냥길에 나서는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조선창극사』에는 이 더늠이 이동백 창으로도 기술되어 있으며, 이동백 창과 심정순 창본의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심정순은 이 대목을 중모리장단 한 대목으로 간결하게 부르지만, 정광수는 아니리-평중모리장단-아니리-중모리장단-자진모리장단으로 다소 복잡한 구성을 취합니다. 김소희는 아니리-중모리장단으로 매우 간략하게 부르는 반면, 한애순은 아니리-진양조장단-아니리-중모리장단-중중모리장단으로, 정권진은 아니리-중모리장단-아니리-중모리장단-자진모리장단으로, 성창순은 아니리-중모리장단-아니리-늦은중모리장단-자진모리장단으로, 오정숙은 아니리-중모리장단-아니리-중모리장단-자진모리장단으로 불러 창자마다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보여줍니다.

김소희를 제외한 대부분의 창본은 유사한 사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청이 아니리로 아버지께 여쭈는 내용, 중모리장단으로 ‘아버님 듣조시오······’라며 효자의 고사를 나열하는 내용, 아니리로 심봉사가 허락하는 내용, 중모리장단으로 심청이 밥을 빌어 다니는 내용, 그리고 자진모리장단으로 돌아온 심청을 심봉사가 애처롭게 맞이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4. 심청효성의 특징 및 의의

<심청효성> 대목은 다음과 같은 특징과 의의를 지닙니다.

  • 인륜지사의 강조와 고사 인용: 이 대목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즉 인륜지사를 강조하는 심청과 심봉사의 대화가 까마귀의 반포지효(反哺之孝), 곽거(郭巨)의 매아(埋兒), 맹종(孟宗)의 죽순(竹筍), 왕상(王祥)의 빙어(氷魚), 육적(陸績)의 회귤(懷橘) 등 다양한 효행 고사를 나열하며 장황하게 확대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어린 심청의 입을 통해 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통 사회에서 효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였는지를 보여줍니다.
  • 아버지의 허락과 마을 사람들의 동정: 심봉사는 심청의 간절한 효심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동냥을 허락하며, 마을 사람들 또한 어린 효녀 심청의 행위에 감동하여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당시 사회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인간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효행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과 지지를 드러냅니다.
  • 표면적 윤리의 전면 부각: <심청효성> 대목은 <심청가>의 다른 대목보다 심청의 효라는 표면적인 윤리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서술 시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어린 심청의 헌신적인 효행을 통해 독자나 청중에게 강렬한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 비극성 고조: 어린 심청이 밥을 빌어 다니는 가련한 처지를 비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심청가> 전체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효를 실천하는 심청의 모습은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 초기 창본의 현실적 묘사: 초기 창본 계열인 19장본 『심청전(沈淸傳)』에서는 심청의 동냥 장면에서 냉혹한 현실의 모습이 소박한 목소리로 사실적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현대의 창본에서는 심청의 효행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모두가 친절하게 밥을 주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초기 창본에서는 “사정없고 몹쓸 계집 효녀 심청 몰라보고 괄세가 자심”한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연민 때문에 밥을 많이 주는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괄시를 당하고 개에게 쫓기기도 하며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심청의 모습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 관념적 효행으로의 확장: 초기 창본에서 현실적인 비극성을 강조하던 사설은 점차 심청을 효녀로서 부각하고 관념적인 효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심청의 효행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나 뛰어난 침선방적(바느질과 길쌈) 솜씨와 같은 경제적인 능력까지 함께 부각되기도 합니다.
  • 향유자들의 동정심 유발: <심청효성> 대목은 심청의 효녀로서의 이미지와 고난에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그려내어 향유자들의 깊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를 위해 대개 슬프고 애절한 느낌을 주는 계면조의 선율로 중모리장단에 맞춰 부릅니다.

판소리 <심청가>의 <심청효성> 대목은 어린 심청의 숭고한 효심과 가슴 아픈 고난을 생생하게 그려낸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맹인 아버지를 위해 밥을 빌어 봉양하는 어린 효녀의 모습은 듣는 이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효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다양한 고사를 인용하며 효를 강조하는 내용, 창본에 따른 음악적 해석의 차이, 그리고 초기 창본과 현대 창본의 묘사 방식 변화 등 <심청효성> 대목은 <심청가>의 주제 의식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심청의 눈물겨운 효행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심청가>의 영원한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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